UX디자인 선언4편

사용자 경험을 이루는 6가지 속성 — UX 피라미드

UX디자인이 실제로 다루는 것은 무엇일까요? UX 피라미드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경험을 이루는 여섯 가지 속성을 나누고, 그 중 디자이너가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 짚어봅니다.

무언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목표에 맞춰 디자인 대상이 가지고 있는 여러 속성들을 조정하여 가장 목표에 부합하는 형태를 제안하는 일입니다. 건축가가 공간의 크기와 동선, 채광과 재료를 조율하듯, 그래픽 디자이너가 색상과 타이포그래피, 여백의 비율을 다루듯, 모든 디자인 행위의 본질은 결국 대상이 지닌 속성들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 대상이 물리적 형태나 시각적 표현이 아니라,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게 되는 일련의 경험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 심미성과 기능성, 상징성 등의 속성들을 목표에 맞춰 조작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왔듯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 역시 경험이 가진 고유한 속성들을 파악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조정하여 디자인 목표에 최적화된 형태로 제안하는 것이 그 역할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경험이 가진 속성이란 과연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분류되고, 디자이너는 그 중 무엇을 조정할 수 있을까요?

이를 살펴보기 위해, 사용자의 경험을 구성하는 속성에 대한 여러 이론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UX 피라미드 프레임워크를 통해 먼저 경험의 속성을 나눠보겠습니다. UX 피라미드는 사용자 경험을 이루는 속성들을 계층적으로 정리한 모델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속성부터 시작하여 점차 고차원적인 가치로 올라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사용자가 경험하는 다양한 측면들을 체계적으로 분리하여 살펴볼 수 있으며, 각 속성이 전체 경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 피라미드: 사용자 경험을 이루는 6가지 속성

UX 피라미드라는 모델에 따르면, 사용자 경험은 아래에서부터 기능성(Functionality)—신뢰성(Reliability)—사용성(Usability)—편의성(Conveniency)—감성(Pleasurability)—의미성(Meaningfulness)의 순서로 쌓이는 여섯 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아래층일수록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속성이며, 위로 올라갈수록 더 고차원적이고 정성적인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 피라미드의 각 층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순간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불편을 경험할 때, 그 불편은 위의 한 가지 이상의 속성에서 유래한 것일 수 있습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이 불만족스러워서일 수도 있고(유용성), 잦은 고장 때문일 수도 있으며(신뢰성), 원하는 기능을 활용하는 단계가 너무 복잡해서일 수도 있습니다(사용성). 또 사용하기에 어렵거나(편의성),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들거나(감성), 본인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의미성).

사용자는 대개 자신의 불편을 “그냥 별로다”라고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처럼 서로 다른 층위의 속성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불편이 어느 속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정확히 식별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여섯 가지로 나뉘는 속성들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들은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구별됩니다. 하나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지표화할 수 있는 속성들로, 기능성(Functionality; Usefulness), 신뢰성(Reliability), 사용성(Usability)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숫자나 데이터로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다른 하나는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경험적 가치로 평가되는 속성들로, 편의성(Conveniency), 감성(Pleasurability), 의미성(Meaningfulness)이 그것입니다. 이 속성들은 동일한 조건에서도 사용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며, 수치화하기보다는 질적인 방법으로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이는 매슬로(A. Maslow)의 욕구 단계 이론을 접해본 적이 있다면 비슷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욕구 피라미드와 유사하게, 가장 아래층의 기본적이고 단순한 속성들로 시작하여 점차 고차원적이고 지표화하기 어려운 가치들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을 간단히 정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능성(Functionality): 제품 또는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적 효용도를 말합니다.
  2. 신뢰성(Reliability): 사용자가 기대하는 기능이 오류 없이 수행되는 정도를 말합니다.
  3. 사용성(Usability):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기까지 필요한 과업의 단계, 복잡도를 의미합니다.
  4. 편의성(Conveniency): 사용자가 어떤 기능을 얼마나 쉽게 수행할 수 있는지, 그 직관성을 의미합니다.
  5. 감성(Pleasurability): 사용자가 느끼는 감성적인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6. 의미성(Meaningfulness): 사용자가 느끼는 의미적 충족도를 의미합니다.

여섯 가지 속성을 모두 나열하고 나면, 실무적인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모든 속성을 디자이너가 다 다룰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주요하게 관여할 수 있는 속성은 중간의 사용성-편의성-감성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피라미드의 상하를 살펴보면 분명해집니다. 먼저 하단의 기능성과 신뢰성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성하는 기술력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서버가 다운되거나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디자인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며, 이는 엔지니어링 영역의 몫입니다.

반대로 최상단의 의미성은, 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문제로, 제품 또는 서비스의 시작 단계 즉 사업의 방향성과 비전에 관련되는 영역입니다. 이미 방향이 정해진 상태에서 디자인을 통해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UX디자이너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그 사이에 놓인 세 가지 속성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UX디자인이 주요하게 작용하는 경험의 세 가지 속성을 개인적으로는 ’UX디자인 파라미터(UX Design Parameters)’라고 부릅니다.

’UX디자인 파라미터’라는 용어 자체는 개인적인 정의이며 공식화된 이론적 용어가 아니므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섯 가지 속성 중 어디에 디자이너의 손이 닿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으니, 다음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파라미터 — 사용성, 편의성, 감성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