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디자인 선언1편

UX디자인이라는 흔한 오해

채용 공고에도, 기획서에도, 포트폴리오에도 등장하는 UX디자인. 익숙한 만큼 오해도 많은 이 개념을 두 가지 대표적 오해에서 출발해 다시 들여다봅니다.

UX디자인(사용자 경험 디자인).

너무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많이 쓰이는 용어입니다.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 프로젝트 기획서에서, 디자인 포트폴리오에서 우리는 이 용어를 일상적으로 접합니다. 이 익숙함은 우리가 이 용어와 개념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UX디자인은 그 용어와 개념에 대한 오해가 상당히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불완전한 이해 위에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오해는 교정되기보다 오히려 관행으로 굳어져 재생산되어 왔습니다.

소위 ’전문가’로 통칭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UX디자인을 단순히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라고 뭉뚱그려 정의하고, 또 누군가는 페르소나나 시나리오 같은 UX디자인 기법의 결과물이 제시되면 그것만으로 UX디자인 공정이 완수되었다고 간주합니다.

이 두 시각은 언뜻 서로 무관해 보이지만, 공교롭게도 UX디자인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의 양 극단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UX디자인의 경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 사실상 모든 디자인 행위와 구별할 수 없게 만들고, 다른 하나는 그 경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아 특정 산출물의 생산으로 환원해 버립니다. 넓은 쪽의 오해는 UX디자인의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좁은 쪽의 오해는 그 정신을 형식 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이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UX디자인의 본질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찾기 위해, 먼저 각각의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해 1.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하는 디자인”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너무 넓습니다. 본래 ’디자인’이란 것이 사용자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는 오히려 드물기 때문입니다.

산업 디자인의 태동기부터 디자이너는 제품을 쓸 사람의 손에 맞는 형태를, 눈에 매력적인 색상을, 생활에 어울리는 비례를 고민해왔습니다. 의자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앉는 이의 편안함을 생각했고,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보는 이의 시선 흐름을 고려했습니다. 이것이 사용자의 경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이렇게 접근하면 결국 ’디자인 = UX디자인’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고, 그렇다면 굳이 ’UX’라는 수식어를 붙여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UX디자인이라는 용어와 개념이 별도로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존의 디자인과는 차별화되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방증입니다. 그 ’무엇인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를 생각한다’는 포괄적 선언을 넘어, UX디자인이 사용자의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깊이에서’ 다루는지를 보다 세밀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해 2. “UX디자인 기법이 사용된 디자인”

넓은 정의의 반대편에는, 기법들—즉 UX디자인 방법론을 통해 산출되는 결과물의 형태—로 UX디자인을 규정하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쪽은 반대로 너무 좁습니다.

방법론은 말 그대로 도구입니다. 도구를 통해 그것이 봉사하는 목적을 유추할 수는 있지만, 도구 자체를 목적과 동일시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 마커나 포토샵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디자인의 본질을 마커 렌더링이나 포토샵 에디팅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마커를 아무리 능숙하게 다루어도 조형적 사고가 없다면 그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채색 기술에 불과하듯, UX디자인 방법론 역시 UX디자인의 개념과 정신이 그 안에 흐를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이 위험은 실무 현장에서 생각보다 자주 현실이 됩니다. 페르소나 문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사용자를 이해한 것이 아니고, 시나리오를 도출했다고 해서 경험을 설계한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기법들이 UX디자인의 근본적인 질문—이 사용자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 이 맥락에서 무엇이 경험을 형성하는가—없이 기계적으로 수행된다면, 그것은 형식만 빌려온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어떤 정해진 기법이나 양식 없이도 사용자의 인지 구조와 행동 패턴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디자인 판단에 일관되게 반영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UX디자인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UX디자인은 무엇인가

두 가지 오해를 살펴보았습니다. 너무 넓게 정의하면 UX디자인은 모든 디자인에 녹아들어 고유한 의미를 잃고, 너무 좁게 정의하면 특정 기법의 수행으로 축소됩니다. 그렇다면 UX디자인은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성급한 한 문장은 또 다른 오해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명쾌한 정의 하나를 제시하기보다,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UX디자인이 어떤 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고 기존의 디자인 전통과 어떤 차별점을 두고 스스로를 선언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핵심적으로 다루는 ’경험’이란 것이 인간의 내면에서 어떤 원리로 형성되고 또 어떻게 의도적으로 조형될 수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이 여정은 크게 세 갈래로 흐릅니다. 먼저 UX디자인이라는 선언이 왜 필요했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봅니다. 다음으로 경험을 구성하는 근본 원리로 들어가, 사용자의 인지가 어떻게 작동하고 행동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형성되며 감정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디자인 과정에서 사용자의 경험을 어떻게 관찰하고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는지 그 절차와 도구를 다룹니다.

이 시리즈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관점이며, 기법이 아니라 정신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도구와 기법도 당연히 등장하겠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관점과 정신이 실현되는 통로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도구를 익히기 전에 왜 그 도구가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것, 기법을 적용하기 전에 그 기법이 무엇을 포착하려는 것인지를 아는 것—이것이 이 시리즈가 제안하는 UX디자인 학습의 순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여정의 출발점으로, UX디자인이 대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하나의 ’선언’으로 등장했는지를 디자인의 역사에서부터 짚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