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없는 전장에서 싸우는 위험에 대하여 — 용맹은 뛰어들고, 전략은 고른다
『스타트업 군주론』 2부의 첫 이야기. 어느 전장에 서게 되는가는 상당 부분 운의 몫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 싸우는가가 실력의 몫입니다. 지는 전장에서 근성으로 버티는 위험을, 마키아벨리가 본 로마인의 전쟁 방식과 운명(fortuna)의 절반을 빌려 살펴봅니다.
1부에서는 사업이 무엇 위에 서 있는가를 물었습니다. 비전, 돈, 접점, 시운—겉보기에는 근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을 오래 떠받치지 못하는 것들이었습니다. 2부에서는 질문이 바뀝니다. 서 있을 자리를 찾았다면, 이제 그 자리에서 조직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입니다.
그 첫 번째 질문은 리더가 내리는 가장 앞선 결정에 관한 것입니다. 바로 어디서 싸울 것인가입니다. 앞 편에서 우리는 시장이 밀어 올린 성장을 자신의 역량으로 착각하는 위험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운과 역량은 각각 어디에 놓여 있는 것일까요. 이 편의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합니다.
이길 수 없는 자리에서 버티는 조직
창업자에게 근성은 미덕입니다.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어온 경험이 오늘의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창업자는 노력의 총량이 결국 결과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믿음이 향하는 대상이 잘못되면, 같은 미덕이 조직을 소모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익숙한 장면이 있습니다. 이미 거대한 사업자가 자리를 굳힌 시장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더 많은 마케팅비와 더 긴 근무로 격차를 좁히려는 경우입니다. 혹은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꺼져가는 카테고리에서, 시장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실행이 부족한 탓이라 여기며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때 조직은 분명히 열심히 일하고 있고, 대표는 그 노력을 자랑스러워할 만합니다. 문제는 그 노력이 애초에 이기도록 설계되지 않은 자리에서 소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필부(匹夫)의 용맹입니다. 용감하게 뛰어들지만, 어디로 뛰어드는지는 묻지 않는 용맹입니다.
로마인은 전쟁을 미루지 않았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로마인의 방식을 이렇게 전합니다. 로마인은 눈앞의 분쟁을 피하려고 전쟁을 미루는 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전쟁이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미뤄질 뿐이며, 시간을 끄는 동안 이득을 보는 쪽은 언제나 상대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로마인은 불리해지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한 때와 자리에서 싸우기를 택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로마인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아닙니다. 그들이 언제 어디서 싸울지를 스스로 골랐다는 대목입니다. 용맹한 것과 아무 데서나 싸우는 것은 다릅니다. 로마인의 강함은 물러서지 않는 근성이 아니라, 싸움의 조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판단에 있었습니다.
전장은 운이 정하고, 싸움은 기(技)가 한다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합니다. 사업의 성패에서 운이 일곱이고 기술이 셋이라는 말인데, 이 비율을 패배주의로 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운과 기가 어디에 각각 놓이는지를 나누어 보면, 이 말은 오히려 실천적인 지침이 됩니다.
어느 전장에 서게 되는가—어떤 시장이 열리는지, 그 시장의 구조가 신생 기업에 유리한지,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지—의 상당 부분은 운의 몫입니다. 창업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없던 수요를 만들어내거나 이미 굳은 시장 구조를 뒤집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그 전장 안에서 어떻게 싸우는가—무엇에 자원을 집중하고, 어떤 순서로 움직이고, 어디서 물러설지—는 기의 몫입니다. 여기가 실력이 실제로 작동하는 자리입니다.
이 구분에서 두 가지 태도가 갈립니다. 필부의 용맹은 지는 전장에 기를 쏟아붓습니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자리를 노력으로 뒤집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장 귀한 자원인 시간과 사람을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밀어 넣습니다. 냉철한 전략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어느 전장이 이길 수 있는 자리인지를 먼저 냉정하게 가려낸 뒤, 그 자리에 기를 집중합니다. 같은 실력이라도 지는 전장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기는 전장에서는 승부를 가르는 차이가 됩니다.
이길 수 있는 전장을 어떻게 알아보는가
그렇다면 이기는 전장과 지는 전장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질문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이 시장의 구조가 우리 편인가 아닌가입니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뒤집은 사례가 이 시장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한번 굳은 순위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시장인가. 네트워크 효과나 전환 비용이 이미 강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구조가 상대를 지켜줍니다. 둘째,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우리가 특별히 잘하는 것과 겹치는가입니다. 이 시장에서 이기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 마침 우리의 강점이라면 유리한 전장이고, 우리가 약한 지점이 승부처라면 불리한 전장입니다. 셋째, 노력의 총량이 승부를 가르는가, 아니면 구조가 가르는가입니다. 더 열심히 하면 이기는 싸움도 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구조가 결과를 미리 정해둔 싸움도 있습니다.
이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노력으로 열리는 전장인지, 아니면 애초에 다른 자리를 골랐어야 하는 전장인지가 드러납니다. 냉정한 답이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무언가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전장을 정하는 몫의 상당 부분은 운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답을 회피하는 순간부터는 온전히 대표의 책임이 됩니다.
후퇴는 패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어려운 싸움을 무조건 피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좋은 전장은 처음에는 어렵게 보이고, 쉬운 자리에는 대개 이미 사람이 몰려 있습니다. 요점은 어려움의 종류를 구분하라는 것입니다. 실행으로 넘을 수 있는 어려움과, 구조가 만들어낸 넘을 수 없는 어려움은 다릅니다. 앞의 것은 기로 싸울 대상이고, 뒤의 것은 전장을 옮겨야 할 신호입니다.
그래서 전략에는 후퇴와 전장 이동이 포함됩니다. 스타트업에서 이것을 흔히 피벗이라 부릅니다. 지는 전장에서 발을 빼 이길 수 있는 전장으로 옮기는 결정은, 근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성을 어디에 쓸지 아는 데서 나옵니다. 로마인이 유리한 때를 골라 싸웠듯, 리더는 이길 수 있는 자리를 골라 조직의 힘을 모읍니다. 용맹은 뛰어들고, 전략은 고릅니다.
전장을 골랐다면, 다음은 그 자리에서 사람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직을 이끄는 것과 지배하는 것의 차이를 다룹니다. 대표가 자리의 힘으로 복종을 얻어낼 때, 그 조직이 왜 대표가 보는 앞에서만 움직이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