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군주론4편

시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위험에 대하여 — 운이 열어준 문, 역량이 지키는 자리

『스타트업 군주론』 1부의 마지막 이야기. 시장의 흐름에 올라탄 성장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착각하는 위험을, 마키아벨리의 역량(virtù)과 운명(fortuna) 개념을 빌려 짚어봅니다.

지금까지 비전, 돈, 접점이라는 세 가지 가짜 근간을 살펴봤습니다. 1부의 마지막으로 다룰 위험은 그중에서도 가장 알아채기 어려운 것입니다. 잘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 성장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잘나가던 회사가 왜 시장이 꺾이자마자 무너지는가

돌아보면 익숙한 장면입니다. 어떤 업종 전체가 특정 시기에 유난히 순풍을 탑니다. 팬데믹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폭발했던 시기, 혹은 저금리로 자금이 넘쳐나던 시기에 여러 스타트업이 동시에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습니다. 그 안에 있던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실행력과 전략이 그 성장을 만들어냈다고 믿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바람이 바뀌면, 같은 시기에 함께 떠올랐던 여러 회사가 동시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제서야 드러나는 것은,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이 실은 시장 전체가 밀어 올린 것이었고, 그 아래에서 조직·비용구조·의사결정 체계는 정작 그 성장을 감당할 만큼 단단해지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순간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반복됩니다. 특정 카테고리의 수요가 일시적으로 폭발할 때, 그 흐름에 먼저 올라탄 여러 회사가 비슷한 속도로 커집니다. 그 안에 있는 창업자들은 서로의 성장을 보며 각자의 전략이 검증되었다고 확신하지만, 실은 같은 파도 위에 떠 있는 여러 개의 배일 뿐입니다. 파도가 가라앉으면 배들의 진짜 차이—선체가 얼마나 튼튼한지—가 그제서야 드러납니다.

역량(virtù)과 운명(fortuna)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가 권력을 얻는 두 가지 경로를 구분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역량, 즉 비르투(virtù)로 얻은 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순전한 운, 포르투나(fortuna)로 얻은 권력입니다. 그는 운으로 얻은 권력이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권력을 갖게 해준 조건—우호적인 세력, 우연한 정세, 타이밍—은 애초에 군주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조건이 사라지면 권력을 지킬 방법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반면 자신의 역량으로 쌓은 권력은 그 힘의 원천이 자기 자신 안에 있기 때문에 조건이 변해도 지속됩니다.

마키아벨리가 덧붙이는 흥미로운 지점은, 운으로 권력을 얻은 이들 중에서도 그 운이 지속되는 동안 스스로의 역량을 갈고 닦은 이는 이후에도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운은 문을 열어줄 뿐이고, 그 문 안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역량의 몫입니다.

성장기에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

스타트업으로 옮겨보면, 진짜 위험은 시장의 순풍을 탄 것 자체가 아닙니다. 그 순풍이 부는 동안 정작 필요한 준비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매출이 매달 갱신되는 시기에는 굳이 비용구조를 점검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채용이 순조로운 시기에는 조직 프로세스의 허점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신규 유입이 넘쳐나는 시기에는 리텐션 지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전체 숫자는 계속 좋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이 순풍이 멈추는 순간 한꺼번에 문제로 떠오릅니다. 비용구조는 그 시절의 매출 규모에 맞춰져 있었는데 매출이 꺾이니 감당이 안 되고, 조직은 그 시절의 채용 속도에 맞춰 늘어났는데 정작 업무 프로세스는 그 규모를 받아내지 못하고, 리텐션이 낮았다는 사실은 신규 유입이 줄어든 후에야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실제로 저금리 시기 풍부한 자금으로 빠르게 커졌던 여러 스타트업이, 금리가 오르고 투자가 조심스러워진 시기에 거의 동시에 조직을 축소하거나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들이 갑자기 무능해진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역량으로 큰 것이 아니라 운으로 컸다는 사실이, 그 운이 걷히는 순간 드러난 것입니다.

역량과 운을 구분하는 질문

문제는 성장의 한가운데에서는 그것이 역량 때문인지 운 때문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쓸 수 있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조건으로 시작한 경쟁사들도 함께 성장했는가, 아니면 우리만 유독 빠르게 성장했는가. 업종 전체가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그 성장의 상당 부분은 시장이 만든 것이고 우리의 역량이 만든 몫은 그 차이분—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빠르게, 더 건강하게 성장했는가—에 가깝습니다.

이 구분을 냉정하게 해두는 조직은 시장이 꺾여도 자신들이 지킬 수 있는 몫이 얼마인지를 압니다. 반대로 성장의 전부를 자신의 역량으로 여겨온 조직은, 시장이 꺾이는 순간 자신이 지킬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를 그제서야 알게 됩니다.

운이 좋을 때 해야 할 일

그렇다면 결론은 운을 거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운은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운이 좋을 때가 바로 역량을 쌓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매출 규모가 아니라 그보다 작았던 시절의 비용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가, 지금의 성장 속도가 느려져도 버틸 수 있는 현금 버퍼가 있는가, 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그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함께 갖춰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을 만들어두는 일이야말로, 운이 걷힌 뒤에도 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점검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매 분기 같은 질문—지금보다 작았던 시절의 비용구조로도 버틸 수 있는가, 성장이 반년 멈춰도 살아남을 현금이 있는가—을 반복해서 던지는 조직과, 성장이 계속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이 질문을 미뤄두는 조직은 시장이 꺾이는 순간 완전히 다른 처지에 놓입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몰락은 대개 운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아니라, 운이 좋았던 시절 준비하지 않았던 대가가 뒤늦게 도착하는 순간에 찾아옵니다.

지금까지 1부에서는 비전, 돈, 접점, 시운이라는 네 가지 가짜 근간을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2부로 넘어가, 자리를 잡은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리더십의 문제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