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디자인 선언7편

인지를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그리고 어포던스라는 조용한 설득

선택집중, 연관짓기, 심성모형이라는 세 가지 인지 처리 방식이 실제 디자인에 던지는 시사점을 살펴보고, 사용자의 무의식을 통해 행동을 이끄는 어포던스라는 개념까지 함께 짚어봅니다.

지난 글에서는 인간이 경험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작동하는 세 가지 인지 처리 방식—선택집중, 연관짓기, 심성모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구에서, 정보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단계에서 작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이것이 실제 디자인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그 연장선에 있는 어포던스라는 개념까지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선택집중이 디자인에 남기는 과제

우선 선택 집중의 측면에서, 디자이너는 두 가지 차원의 고려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정량적인 차원입니다. 시인성과 대비감을 활용하여 정보의 우선순위에 따라 집중이 필요한 핵심 정보가 사용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각적 구분을 부여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성적인 차원으로, 사용자의 흥미와 관심이 무엇인지를 깊이 이해하여 그들의 집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정보를 그냥 무의미하게 나열하거나 가능한 한 많이 배치하면 사용자가 그 모든 것을 유익하고 유의미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간의 집중은 선택적이므로, 모든 것을 동일한 무게로 보여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정보는 철저하게 레벨링되어야 하며, 목표로 하는 경험에 가까운 핵심 정보일수록 더 선명하게, 더 흥미롭게 사용자의 눈앞에 놓여야 합니다.

연관짓기와 정보의 위계

다음으로, 연관짓기의 측면에서는 정보의 조직과 계층화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의미적으로 연관성 있게 조직되어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덩어리로 묶어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단기 정보 처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적절한 선에서 계층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앞서 선택 집중에서도 언급했듯이 무의미하게 많이 배치된 정보는 사용자의 시선조차 끌지 못할 뿐 아니라, 연관짓기의 측면에서도 인지 부하를 과도하게 늘려 오히려 정보의 처리와 습득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정보 하나하나의 의미와 정보 간의 상호 관련성을 유심히 살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은, 디자이너가 설정한 그 관련성이 과연 사용자의 관점에서도 유효한지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에게는 당연히 한 묶음으로 보이는 정보들이 사용자에게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에 따라서 어떤 정보들끼리 관련이 있다고 느끼는지는 그들의 경험과 맥락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자의 경험과 맥락에 따라 관련성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연관짓기는 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UX디자인 파라미터 중 ‘편의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심성모형과 학습 비용의 절감

마지막으로, 심성모형은 세 가지 인지처리 방식 중에서도 UX디자인에서 특히 자주 언급되고 중시되는 개념입니다. 그 이유는 심성모형이 사용자 경험의 유도 측면에서 매우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작하는 제공자가 사용자에게 제작 의도와 각 기능들의 사용법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학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어 제품 자체를 외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학습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UX디자인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데, 바로 그때 빛을 발하는 것이 사용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심성모형입니다. 사용자가 기존에 형성해 놓은 정보의 구조체를 디자인에 적절히 활용하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사용자는 제품의 작동 방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적절하게 사용된 아이콘 하나가 장황한 사용자 자습서보다 유용하고 강력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행동을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유도하는 새로운 경험

이처럼 심성모형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성질을 행동유도성(어포던스; affordance)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행동유도성’이라는 명칭이 직접적으로 명시하듯이, 이것은 명시적인 지시(guidance)와는 분명히 다른 성격을 갖습니다. 지시가 “이것을 누르세요”라고 직접 알려주는 것이라면, 어포던스는 사용자가 스스로 “이것을 눌러야겠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어원을 살펴보면 이 차이가 더 명확해집니다. 영어에서 afford라는 단어의 뜻은 ‘~할 만하다’, ‘~할 여유가 있다’ 정도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어포던스’는 강제하거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할 만하도록 지그시, 자연스럽게 이끄는 의미를 갖습니다.

앞서 ‘행동(behavior)‘이 의식적인 행위(action)와 달리 무의식적으로 발현되는 표상이라는 점을 짚은 적이 있는데, 행동유도성에서도 ‘행동’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심성모형을 통한 유도가 사용자의 의식적인 판단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임을 암시합니다. 다시 말해, 좋은 어포던스를 가진 디자인 앞에서 사용자는 “이걸 어떻게 쓰지?”라고 의식적으로 고민하는 대신, 자신도 모르게 올바른 방향으로 손이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선택집중, 연관짓기, 심성모형이라는 주요한 인지적 절차들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자를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디자인을 구성해야 사용자의 경험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우리는 먼저 사용자의 흥미와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 간의 의미 관계나 심성모형이 어떤 형태인지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용자가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할지, 어떤 정보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인식할지, 어떤 형태에서 어떤 기능을 기대할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정보를 신중하게 분류하고 레벨링하여 명확한 우선순위로 정리해야 하며, 사용자의 관심과 흥미는 물론 그들의 신체적이고 인지적인 한계까지 고려하여 정보를 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명시적인 지시가 아닌 사용자의 무의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결국 같습니다. 우리는 사용자와 정보를 깊이 공부하고, 그 이해 위에서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인지가 겉으로 드러나는 단서, 즉 ‘행동(Behavior)‘을 다룹니다. 사용자가 보여주는 행동이야말로 그 이면의 인지를 읽어낼 수 있는 실마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