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군주론1편

내적으로 명확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위험에 대하여

다들 열심인데, 왜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스타트업에 옮겨 읽는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비전이 없는 게 아니라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위험이 어떻게 조직을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놓는지 살펴봅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권력을 얻고 지키는 법을 논했습니다. 그가 관찰한 군주들은 전쟁으로, 혼인으로, 때로는 순전한 운으로 영토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영토를 오래 다스린 군주는 소수였습니다. 얻는 것과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혹은 좋은 타이밍 하나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오래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키워내는 일입니다. 이 시리즈 『스타트업 군주론』은 그 사이에서 사업이 무너지는 여러 방식을 다룹니다. 겉보기에는 성장처럼 보이지만 실은 불안정한 근간 위에 선 것들, 조직을 이끄는 방식에서 벌어지는 오해들,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해 무너지는 순간들까지—군주론의 틀을 빌려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다룰 위험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늦게 발견되는 것입니다. 비전이 없는 게 아니라, 비전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위험입니다.

다들 열심인데, 왜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겉에서 보면 이상할 것이 없는 조직입니다. 개발팀은 밤늦게까지 기능을 쌓고, 세일즈팀은 매일 새로운 미팅을 잡고, 마케팅팀은 매주 캠페인을 돌립니다. 누구 하나 게으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들 지나치게 열심입니다.

문제는 그 열심의 방향입니다. 개발팀은 다음 분기 안에 기능을 최대한 많이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입니다. 세일즈팀은 계약 건수를 늘리는 데 집중합니다. 마케팅팀은 트래픽과 가입자 수를 최적화합니다. 셋 다 각자의 관점에서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고 나면, 기능은 많아졌는데 정작 핵심 사용자가 원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계약은 늘었는데 이탈률도 함께 늘었고, 가입자는 늘었는데 활성 사용자는 그대로인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목표를 성실히 좇았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 목표들이 애초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군주의 목표가 불분명할 때, 신하는 각자 해석한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군주의 의도가 신하들에게 명확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군주가 원하는 것이 영토의 확장인지, 안정적인 통치인지, 백성의 신망인지가 불분명하면, 신하들은 각자의 판단으로 그 공백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어떤 신하는 정복을 위해 무리하게 세금을 걷고, 어떤 신하는 안정을 위해 필요한 변화조차 미룹니다. 군주는 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나라가 그의 이름 아래 따로 운영되고 있는 셈입니다.

스타트업의 창업자도 정확히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창업자의 머릿속에는 분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다만 그 그림이 문서로, 대화로, 반복되는 언어로 조직 전체에 새겨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창업자는 자신이 이미 비전을 여러 번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전이 각 팀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앞에서 구체적인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비전은 선언문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기준이다

여기서 흔히 발생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비전을 한 문장으로 근사하게 정리해서 벽에 붙이거나 회사 소개서 첫 페이지에 넣으면, 비전 제시가 완료됐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든다”거나 “모두를 위한 금융을 만든다” 같은 문장은 듣기에 좋고 투자자 앞에서 발표하기에도 매끄럽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장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구체적인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합니다.

진짜 비전은 이런 질문 앞에서 시험대에 오릅니다. 이번 분기에 신규 기능과 기존 기능 안정화 중 어디에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가. 매출은 늘지만 우리가 정의한 핵심 사용자층에서 벗어난 고객 세그먼트를, 계속 쫓아야 하는가 포기해야 하는가. 성장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팀 문화를 지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조직의 여러 사람이 비슷한 답을 낼 수 있다면, 비전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같은 질문에 부서마다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면, 아무리 근사한 문장이 벽에 붙어 있어도 비전은 아직 조직 안에 살아있지 않은 것입니다.

암묵적 합의라는 착각

초기 스타트업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함정은 “빠른 성장”이라는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비전이 이미 공유되었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빠른 성장”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는 말입니다. 매출의 성장인지, 사용자 수의 성장인지, 브랜드 인지도의 성장인지에 따라 각 팀이 최적화해야 할 지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창업 초기, 팀의 규모가 작을 때는 이런 모호함이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거의 모든 결정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방향이 어긋나도 창업자 한 사람의 판단으로 즉시 교정됩니다. 문제는 조직이 커지고 각 팀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입니다. 이때부터는 창업자 머릿속의 그림이 아니라, 각 팀이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 목표가 조직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비전이 명문화되지 않았다면, 팀마다 서로 다른 지표를 좇으며 조직은 여러 방향으로 조용히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이 흩어짐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각 팀의 실적 보고서는 여전히 개별적으로는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한참 뒤, 그 개별적인 성과들을 모두 합쳐 봐도 회사가 원래 가고자 했던 곳에 가까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점입니다.

비전을 명문화한다는 것

비전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근사한 슬로건을 만드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의사결정 앞에 놓일 구체적인 우선순위와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반복해서 검증하는 작업입니다. 이번 분기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그 우선순위에 따르면 지금 눈앞의 선택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하는가, 그리고 여러 팀이 각자 내린 선택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를 창업자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은 한 번의 선언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조직이 성장하는 동안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군주가 신하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으면, 신하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해 서로 다른 나라를 만듭니다. 창업자가 조직에 자신의 비전을 계속해서 구체적으로 새기지 않으면, 팀들은 각자의 최선을 다해 서로 다른 회사를 만듭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위험을 다룹니다. 비전을 오해한 나머지 돈을 목표로 삼았을 때, 사업이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